미움받을 용기(4): 세상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공동체 감각(Social interest)"
지난 시간 우리는 아들러가 말하는 "과제의 분리"가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과제의 분리"란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나의 과제)에만 몰두하고, 타인의 평가(타인의 과제)에 안달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고통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발생한다. 이 둘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길이다. 아들러는 그러한 "과제의 분리"를 일종의 "미움받을 용기"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들러가 말하는 "과제의 분리", 즉 "미움받을 용기"는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아가는 일그러진 개인주의를 뜻하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아들러는 "과제의 분리"는 인간관계의 시작일 뿐, 그 목적은 "공동체 감각(social interest: 사회적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제를 분리하면서 공동체 감각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사람들은 흔히 과제를 분리하고,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는 것을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과제를 분리하지 못하고,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사람이 도리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그에게 타인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한에서만 소중하다. 한 마디로 그에게 모든 타인은 자신의 인정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에게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다. 그 사람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게 생각하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호의를 베풀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바랄 뿐 타인을 인정하지 못한다.
"공동체 감각"을 갖는다는 것은 이런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자신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도리어 자신이 공동체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타인의 인정보다 나의 공헌에 주목하는 것, 그것은 나에게 소속감이라는 보답을 준다. 소속감이란 타인을 경쟁자나 적이 아니라 친구로 여기면서 그곳에 함께 머물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러한 동료애와 소속감을 갖기 위해서는 인정의 욕구로부터 벗어나 공동체를 위한 헌신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정의 욕구는 타인과 나를 수평적 관계로 보지 못하고 수직적 관계로 보는 데서 생겨난다. '칭찬'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진심의 감사와 존경이 없다. 칭찬을 하는 기쁨도 칭찬을 받는 기쁨도 모두 수직관계에서 오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의 소치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직적 관계로부터 인정의 욕구에 시달리거나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이러한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수평적인 인간관계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수평적 관계란 타인을 경쟁자로 보지 않고, 그들의 인정으로부터 나의 존재감을 구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을 친구로 보면 경쟁할 이유가 사라지고, 경쟁할 이유가 사라지면, 인정받아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나의 가치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가? 아들러는 말한다. "나의 가치를 타인의 인정에서 구하기보다 공동체를 향한 공헌에서 발견하라." "나는 다른 사람에게 유익하고 소중한 존재다"라는 느낌, 그것이 나의 가치를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는 바로 그러한 생각의 전환에서 온다.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인간관계의 본질을 결정한다. 인간관계가 모든 불행의 원천이라면 거꾸로 인간관계는 모든 행복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인간관계를 불행이냐 불행이냐는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태도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행을 피하기 위해 삶의 과제(일/교우/사랑)로부터 달아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관계를 경쟁과 인정의 프레임에서만 보는 나의 관점이 만든 불안과 공포다. 경쟁적 관계는 피로하다.
공동체 감각이란 인간관계를 수평적인 동료관계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인정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헌신 속에서 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 가치는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그런 느낌이다. 그들은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자신의 선행 안에서 스스로 자존감을 발견한다. "나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당신의 프레임이 인간관계에 대한 당신의 행복감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