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스펄전’의 기독교적인 우울증 대처와 극복(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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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rhans 작성일20-07-13 12:48 조회3,26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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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설교가 ‘찰스 스펄전(Charles Haddon Spurgeon)’의 우울증 대처와 기독교 상담의 함축성
Pastor Dr Jordan PK HANS
칼빈주의 설교가이며 영국 침례교 목사인 찰스 스펄전의 우울증을 살펴보면서 그의 대처 방식과 기독교 상담을 연구한 글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정신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 중 흔히 ‘정신 질환의 감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우울증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이자 인간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정서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우울증의 문제는 기독교인 에게도 예외 없이 다가온다. 실제로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기독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성경인물들이 우울증상과 연관된 기술을 찾을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서 엘리야(왕상 19:1-18)와 욥(욥기 6:2-3, 6:14, 7:11)의 경험, 시편에 나타난 복합적인 감정들(42:1-3, 42:9, 88:1-18)을 들 수 있다.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예는 성경뿐만 아니라 교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와 칼빈주의 설교가인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이 그 대표적인 인물로서 특히 스펄전은 헌신적인 목회와 수많은 저작을 통해 지금까지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설교와 저작들을 통해 자신의 우울증에 관련된 경험과 대처방법들을 기술함으로써 목회자들을 포함한 많은 기독교인들을 영적으로 감화시키고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개혁주의 설교가로 잘 알려진 스펄전의 우울증 경험과 극복과정을 고찰해봄으로써 이것이 기독교 상담에 지니는 함축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스펄전의 우울증과 그 증상들에 대해서 기술한 후, 우울증의 고통에 대한 그의 이해와 대처방식을 고찰한다. 이어 그의 대처방식들이 기독교적 세계관과 성경적 관점에서 상담해야 하는 기독교 상담에 어떠한 방향과 방법에 관한 함축성을 논한다. 마지막으로 이 내용은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이 보다 신학적이고 성경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스펄전의 우울증과 고난들
스펄전은 위대한 사역을 감당하였지만 다양한 고난을 겪은 사역자였다. 스펄전의 다양한 고난은 그의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의 우울증의 이해와 대처에도 영향을 주었기에 간단히 스펄전의 사역과 고난들을 기술하고자 한다.
칼빈주의 설교가로서의 스펄전
‘설교의 황태자 (The Prince of Preachers)’로 불리는 스펄전은 1834년 6월 19일 영국의 에섹스(Essex)에서 최후의 청교도 후예로 출생하였다. 그는 가난한 환경 가운데서도 목사가 되기 위해 캠브리지 학교에 입학하였고, 16살의 나이에 목사가 되어 워터비치 침례교회(Waterbeach Baptist Church)의 목회자로서 사역을 시작하였다. 이곳에서의 사역과 19세에 시작한 뉴 파크 스트리트 침례교회(The New Park Street Chapel)의 사역에서 그는 놀라운 사역의 열매를 거두었다.
그는 성경 중심·하나님 중심의 목회를 지향했으며, 그 목회사역의 바탕을 이루는 신학은 칼빈주의였다.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인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삶과 사역의 목적으로 삼았던 그는 자신의 저서『목회론』에서 다음과 같이 칼빈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제게 칼빈주의란 바로 만물의 머리에다 영원하신 하나님을 놓은 것입니다. 모든 만물을 하나님의 영광과 관련지어서 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맨 먼저 바라보며, 그 다음 저 한참 밑에서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회중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칼빈주의자임을 자랑스럽게 밝혔던 그는 설교를 통해 칼빈주의에서 강조하는 ‘하나님의 선택’이나 ‘주권’에 대해서 가르쳤다. 그는 종종 독창적인 예화들을 인용하며 칼빈주의를 전하고자 노력했는데, 예를 들어 하나님의 주권에 관한 설교에서 하나님의 주권의 방식과 그에 부응하는 신자의 모습에 대해 ‘새와 빵 부스러기를 주는 주인’의 모습을 통해 쉽게 설명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스펄전의 이러한 신학적인 입장은 그의 사역뿐만 아니라 삶 가운데도 드러나는데, 특히 우울증과 같은 고난을 이해하는 방식과 이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고 주권을 인정하는 칼빈주의적 자세를 발견할 수 있다.
스펄전이 경험한 고난
스펄전은 우울증 외에도 다양한 고난을 경험했으며, 그것은 곧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가 겪은 고난은 주로 목회, 가족 그리고 신체적인 질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목회와 저작을 통하여 열정적인 사역을 했으나 그의 설교와 성경중심의 신학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던 목회자들이 존재했으며 영국의 유력한 신문들에 의해 비판을 당하기도 하였다.
특히 스펄전이 자신이 발행하던 월간지 ‘The Sword and Trowel’를 통해 목회자들의 비성경적인 신학을 지적한 것에 대해 다른 목회자들이 그의 자격과 신학적 입장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에 이 사건은 그가 속한 ‘침례교연맹(Baptist Union)’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는데, 이 사건은 스펄전의 사역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외에도 그에게는 아내 수잔나(Susannah)의 질병을 통한 어려움이 있었다. 스펄전은 서레이가든에서 있었던 참사가 일어나던 해에 수잔나와 결혼했다. 그녀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던 그녀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스펄전의 사역기간 중 무려 27년 동안 예배에 거의 참석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병약한 아내의 몸은 스펄전에게 큰 부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통풍, 관절염, 신장염과 같은 자기 자신의 신체적 질병들이었다. 그는 35세에 처음으로 통풍을 경험한 후,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메트로폴리탄 태버내클 교회(Metropolitan Tabernacle)에서의 22년 사역기간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설교를 할 수가 없었다. 극심한 신체적 질병은 사역의 후반기에 노약한 그를 더욱 지치게 했고, 결국 프랑스 멘톤(Menton)에서 57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스펄전의 우울증
19세기 영국의 부흥운동의 시작에 기여한 위대한 설교가이자 열정적인 사역자였던 스펄전은 사역기간의 대부분을 심각한 병리적 우울증으로 보냈다. 그는 1년에 두세 달씩 강단을 비워야 할 정도로 중증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866년 스펄전은 설교 도중 회중을 향해 “저는 아주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극도의 비참한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며 우울증으로 인한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서 서레이가든 음악당 (Surrey Garden Music Hall)의 비극을 언급하였다. 1856년 10월 19일 새로 건축된 서레이가든 음악당을 빌린 예배장소에서 일어난 비극은 그로 하여금 우울증을 경험하게 했고 우울증의 증상은 지속되었다. 새 예배당에 약관 22세의 비국교도 목사인 스펄전의 설교를 듣기 위해 약 1만 2천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불이야!”라고 외치는 함성이 터져나오고 급속도로 혼란에 빠진 군중이 몰려나가다가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불길은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계획적으로 방해하는 무리들에 의해서 첫 번째 집회는 실패하게 되었다.
스펄전은 이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일생에 가장 큰 충격과 좌절을 당했다. 밤낮으로 깊은 슬픔에 잠겼으며 한동안 악몽을 경험하였다.
이 사건 이후 평생 동안 우울증의 고통 속에 살았던 그는 건강상의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스펄전의 서레이 음악당의 사건에 대한 감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저는 서레이 음악당(Surrey Music Hall)의 그 처참한 사건 이후 극심한 어둠의 공포를 겪었습니다. 그러한 일이 목회자에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는 당시 엄청난 압박을 받았고, 그 처참한 불행의 무게 때문에 한없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사건이 있은 지 2년 후인 1858년, 당시 24세였던 그는 “나의 정신이 심각하게 침몰하여서 어린아이와 같이 수 시간을 울었지만 무엇을 위해서 우는지를 몰랐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스펄전은 자신이 겪고 있는 우울증의 고통을 묘사할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형체가 없는 것과 씨름하는 모습을 사용하곤 했다.
이유도 모르는 채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그것을 떨쳐버리기가 더욱 힘이 듭니다. 원인을 모르는 침체는 이성적인 생각을 통해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다윗의 수금의 아름다운 선율로도 없앨 수가 없습니다. 마치 자욱한 안개와 같이 형체도 없고 도저히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현상과 싸우지만 온통 가득한 소망이 없는 상태를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원인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상태와 싸운다는 것이 불합리하게 보이고 심지어 죄악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생기면 도저히 자신을 동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심령의 가장 깊은 곳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우울해있는 상태를 보고 웃어넘기던 사람도, 한 시간만 그 괴로움을 직접 느껴본다면, 그 웃음이 곧바로 연민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울증이 깊은 고독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스펄전은 우울증의 고통이 대단히 사적이고 비밀스러워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통은 마치 벌어진 상처와 같이 실제적이며 오히려 참기가 더 힘든 것인데, 이것은 영혼 깊숙이 전해오는 고통이므로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상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
스펄전은 그가 경험하는 우울증의 잠재적 파괴성에 대해서는 우울증은 영혼의 힘을 한 방울씩 소진시켜 사람을 낙심케 만들고 결국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적하였다. 특히 우울증의 어두운 면과 고통에 대해서 말할 때는 우울증과 투쟁했던 루터의 “고통은 내 도서관의 최고의 책이다 (affliction is the best book in my library)”라는 말을 종종 인용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더 나아가 “그 고통의 책 중의 최고의 페이지는 가장 어둡고 우리의 영혼이 침몰할 때를 기록한 그 페이지인데 그 이름은 우울증이라는 페이지이다”라고 하였다.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대처
1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이해
스펄전은 우울증이 궁극적으로 영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으나 그 외에도 여러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은 심리적인 원인과 신체적인 원인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1.1 개인의 심리적·정서적 연약함
스펄전은 사람마다 각각 지니는 약한 영역을 통하여 독특한 심리적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각 사람의 심리적인 약한 부분이 걱정이나 불안 또는 우울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주변의 훌륭한 기독교인들도 우울증의 고통을 겪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약한 부분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약함을 긍휼히 여겨야한다고 생각했다. 스펄전의 우울증에 관한 기술들은 그의 저서『목회자 후보생들에게』의 ‘제 11장 목사의 침체 상태’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연약함에 기인한 슬픔과 침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아무리 탁월하게 쓰임받는 목사들이더라도 대부분이 -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 모든 것이 망가져버리는 무서운 침체의 시기를 경험한다는 사실은 구태여 그들의 전기에 나타나는 사실들을 언급하면서까지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루터의 생애만 보아도 그런 경우가 수없이 나타납니다 … 그는 환희의 칠층 천까지 올라가 있는 때도 많았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질 때도 많았습니다 … 무엇보다도 그들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므로, 연약함이 있고, 슬픔을 당하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1.2 신체적 연약함이나 질병의 영향
스펄전은 현대의 의학적 접근과 유사하게 육체, 마음 그리고 영의 연관성을 인식하고 육체적인 질병과 우울증을 연계시켰다.
우리 대부분은 육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합니다. … 우리 대부분은 육체적으로나 전인적으로 이런저런 형태의 연약함을 지고 살아갑니다. 특별히 소화기관이나 신장, 비장 등이 약할 때는 곧바로 무기력증(despondency)에 빠져버립니다 ….
약 200권의 저작과 수천 번의 설교를 감당한 스펄전은 그의 주된 생활 습관이 설교준비와 학습 그리고 기도로 이루어져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경험에 기초하여 목사들과 같이 오래 앉아있는 습관도 탈진이나 우울증의 원인임을 지적한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서 책에 몰두하거나, 펜으로 쓰는 일에 몰두하게 되면, 그 자체가 본성에 짐을 지우는 것이 됩니다. 게다가 환기가 잘되지 않은 방안에 있게 되면, 몸이 오랜 시간 근육의 움직임이 없이 있게 되고 마음도 신경을 집중시키게 되니, 무기력증이 생겨나도록 만드는 모든 요인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1.3 인간관계로 인한 아픔
스펄전에게 있어서 인간관계로 인한 아픔도 우울증의 주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스펄전은 우을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목회자들 간의 교제가 중요함을 강조하지만 목회자에게 있어 우울증의 원인으로서 교인들에게서 받은 아픔에 대해서 말한다. 스펄전은 목회자로서 그가 가르치고 양육하는 교인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길 소망하였고 그래서 설교와 목양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교인들 중에는 오랜 세월 동안 전혀 성장하지 않은 신자가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대적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이와 연관하여 스펄전은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다른 신자들의 배신에 의한 상처를 지적하고 있다.
한 번의 결정적인 타격으로 인하여 목사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장 믿고 의지하던 형제가 배반자가 됩니다. … 또한 존경하고 사랑하던 교인이 시험에 빠져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힐 때에도 똑같이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보다 더 참담한 일은 없습니다. 이런 일을 당하면 목사는 아무도 없는 어떤 광야로 들어가서 영원토록 그곳에 숨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1.4 하나님의 계획으로서의 우울증
스펄전은 우울증이 개인의 죄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이루어지는 믿음의 시험의 통로일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만일 우울증이 죄 때문이라면 죄를 회개하고 변화된 삶을 살아야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지하고 신뢰해야함을 강조했다.
스펄전은 자기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과정 속에서 우울증이 폭풍처럼 그의 영혼에 몰아칠 때는 하나님이 세우신 계획안에서 오는 놀라운 축복의 징조임을 오랜 고통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주님께서 나의 사역에 놀라운 축복을 준비하실 때마다 먼저 우울증이 다가왔다. 우울증은 나에게 있어 거친 옷을 입은 예언자와 같다.” 우울증과 같은 고통을 허락한 하나님의 구체적인 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가 믿는 칼빈주의의 원리인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그의 우울증의 고통을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대처
2.1 정죄가 아닌 긍휼의 대상으로서 우울증
우울증의 증상들을 경직되고 왜곡된 시각으로 보면 책임감의 부재, 불성실, 게으름 등으로 보여지고 이를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펄전은 우울증의 증상은 개인의 잘못이나 상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실제적 고통이므로 신자들은 결코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고통은 마치 벌어진 상처와 같이 실제적이며 오히려 참기가 더 힘든 것인데, 이것은 영혼 깊숙이 전해오는 고통이기 때문에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상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자신이 아는 훌륭한 신앙인들이 겪은 우울증의 고통을 기술하면서, 우울증이란 신앙의 부족함 또는 개인적인 문제로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고통임을 적고 있다.
하나님의 최고의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종종 어두움 가운데 걷거나 일곱 겹의 암흑으로 둘러싸여 있기도 한다. … 대형교회의 목사로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지극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판단으로도 하나님의 최고의 선택이라 할만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천국은 어두움에 있고 그들은 하나님의 날개 아래 거할 것을 신뢰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의 빛을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영원한 빛을 향한 여정 가운데 있지만 현재는 어두움 가운데 걷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향한 격려와 이해의 필요성은 그의 저술뿐만 아니라 실제 설교에서도 종종 나타났다. 그는 욥에 대한 설교를 하면서 같은 권면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슬픔에 잠긴 이들을 대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우울해하는 경향이 있고 어떤 이들은 불행을 통과하면서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 욥의 사건을 본받아 우리는 그들을 위로해야 합니다.”
저작뿐만 아니라 예배 중에 신자들에게 하는 직접적인 설교를 통해 우울증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그의 우울증에 대한 관심과 우울 문제에 대한 긍휼한 자세를 보여준다.
2.2 하나님이 들으시고 함께하심
기독교인에게 우울증이 더 고통스러운 이유 중의 하나는 하나님이 자신의 고통과 상관없이 멀리 존재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겪고 있던 그는 이러한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치료가 얼마나 오래 걸리든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기억할 것을 권면하였다. “고난을 받은 자의 두려운 눈에는 주님이 그냥 지켜보고 가만히 있으며 우리의 고난을 긍휼히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난 가운데 주님은 분명한 도움이 되시는 분이다. 하나님의 임재는 그의 백성들의 즐거움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하나님이 가까이 계심을 기억하자.”
하나님이 고난 가운데 함께 하심의 구체적인 예로, 스펄전은 ‘들으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언급한다. 즉,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을 들으시는 분이며, 자녀들의 그 고통이 바로 긍휼하신 하나님이 들으시는 이유라고 말한다. “우리의 고통은 긍휼하시고 은혜가 넘치는 하나님이 우리를 들으시는 설득력있는 이유이다. 자녀들의 비참함은 하나님의 긍휼을 이끄는 최고의 논리이다.”
2.3 하나님 안의 소망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절망과 낙심이다. 낙망 가운데 있는 자가 이를 극복하고 소망을 갖기는 쉽지 않다. 우울증이 최악의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이유도 어두운 절망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스펄전은 기독교인들이 마음을 잃지 않도록 권면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나의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말하지 말자. 어느 누구도 ‘나는 사망의 계곡에 있어. 결코 다시는 기쁨을 맛보지 못한다’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소망이 있고 우리의 낙심한 영혼을 소생케 할 생명수가 있기 때문이다. … 하나님의 약속과 섭리는 우리의 믿음의 불확실성이나 상황의 어려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그는 시편에 자주 등장하는 낙담과 우울의 감정에 대해 주석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신자들이 어두움 가운데서도 살 소망을 가져야 함을 주장한다. 특히 그는 천국의 소망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우울증에 대한 더 나은 해결책은 무엇인가? 선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생명을 사랑하도록 금지된 것이 아니다. 천국의 선한 소망을 가진 사람은 그의 가족과, 교회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곳에 더 선한 일을 계속 할 의무가 있다.
스펄전은 목회자들이 다양한 어려움과 사역의 압박감 때문에 낙심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혼의 괴로움으로 낙심하지 말고 소망 가운데 주님을 의지해야함을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의 지혜가 가르쳐주는 교훈은 바로 영혼의 괴로움으로 인하여 낙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상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일상적인 목회체험의 일부로 받아들이십시오. 침체의 힘이 일상적인 것보다 더 심하다 할지라도, 여러분의 봉사가 끝나버렸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원수의 발길이 여러분의 목을 공격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여러분이 다시 일어나 그를 무너뜨릴 것을 기대하십시오. 현재의 짐은 물론, 과거의 죄악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다 주님께 맡기십시오. 그는 성도들을 버리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사십시오 …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고, 인간의 도움을 의지하지 마십시오.
2.4 성숙과 성화의 과정으로서의 우울증
스펄전은 우울증이 치유가 잘 되지 않은 질환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치유가 지연되는 우울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많은 영혼들이 하나님의 은혜의 빛으로 기쁨을 맛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슬픔에 대한 약속의 실현이 더디기도 하다. 모든 영혼들이 노력을 하지만 빛을 발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주님이 그 기쁘신 뜻대로 확신과 위로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비록 우리가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목적대로 지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지연된 회복에 대해 스퍼전은 우울증의 긴 고난의 여정은 단순히 견뎌야 하는 수동적인 고통의 과정이라기보다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며 그를 닮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적극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천국의 원칙으로서 천국의 모든 시민은 그의 머리와 같이 되는 것이다. … 우리는 그의 겸손에서 머리와 같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영광에 참여하면서 그와 같이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많은 고난을 통과한 것을 알고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의 참여와 성숙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통해 스펄전은 성도들에게 있어 고통이란 마치 나무가 겨울을 필요로 하듯이 미래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양분을 모으는 것이라고 여겼다.
2.5 우울증과 쉼의 중요성
신실한 기독인들 중에는 우울증이나 우울한 감정으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죄책감과 의무감으로 인해 맡겨진 사역을 계속 감당하다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세인트루이스(Saint Louis)의 대형교회를 담임하며 지역사회에서 명망이 높았던 티모시 브루어(Timothy Brewer)목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교통사고 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결국에는 자살을 택하여 교회 안팎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반면 스펄전은 목회와 저작 등의 많은 사역적인 부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장기간의 휴식을 취했다. 이러한 휴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극심한 신체적 질병과 정신질환의 도전 가운데서도 사역을 훌륭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는 우울증을 과로와 관련지으며 휴식의 필요성을 목회후보생들에게 아래와 같이 당부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고 중에도 그런 괴로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활을 계속해서 당겨놓으면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법입니다. 육체에 잠이 필요하듯이 정신에도 쉼이 필요합니다. … 휴식의 시간은 결코 낭비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선한 힘을 모아주며 결국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됩니다.”
2.6 고난 중에도 섬김
스펄전은 자신의 고통의 경험을 설교와 저작들을 통해 나누고 있다. 그의 솔직한 나눔은 고통에 빠진 신자들을 직. 간접적으로 돕는 효과를 가져왔다. 스펄전의 생애를 저작한 리차드 데이(Richard Day)는 그가 초대형교회에서 설교를 했음에도 수백 명의 지친 영혼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음을 언급한다. 어떤 경우에는 스펄전의 저작에 나온 그의 고통에 관한 내용을 읽고 독자들이 치유의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스펄전은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고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열정이 넘치는 사역자였다. 그는 설교가이자 목회자요 저작가였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외부 강의에도 열심이었다. 책을 출판하여 가난한 목회자들에게 보내고 고아원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전도도 하였다. 그가 상담하고 권면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낙담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이었다.
그의 이러한 삶의 자세는 우울증과 정서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전을 준다. 실로 스펄전은 그의 정서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고 천국을 향하는 삶을 산 것이다. 그는 1891년 새로 건축한 메트로폴리탄 성전에서 ‘전리품을 나누는 다윗의 규례’라는 제목의 마지막 설교를 하고 목회사역을 중단하였다. 그리고 다음 해 1892년 1월 31일 매년 머무는 휴양지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기독교 상담을 위한 함축성
스펄전의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균형잡힌 관점, 그리고 우울증에 대한 그의 합리적이면서 하나님의 중심의 대처는 기독교 상담에 중요한 함축성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스펄전은 기독교 상담이 다양한 우울증의 원인의 고찰, 성경적 인지 치료적 접근, 그리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함을 제시한다. 이 부분에서는 이상의 세 가지의 함축성을 기술하면서 기독교 상담이 성경적 인지적 접근을 넘어 하나님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동시에 구체적인 신앙공동체의 사역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함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우울증의 다양한 원인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기독교적 접근 중에는 개인의 죄가 우울증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영적인 관점에서만 해석을 하려는 극단적인 입장이 있다. 물론 개인의 잘못이나 죄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소는 다양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죄의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경적 상담학자인 에드워드 웰치(Edward Welch)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개인과 다른 사람들의 죄의 문제, 관계적 문제, 불행한 상황, 육체의 연약함, 영적인 원인, 하나님의 주권, 사탄의 역사, 생물학적인 원인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펄전도 우울증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그가 하나님과의 교제와 거룩한 삶을 중시하던 청교도 전통의 목회자였기에 우울증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나 영적인 해석에 치우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적 관점에서 우울증에 관한 균형잡힌 시각에서 설교사역과 저술을 감당했다. 이것은 그가 극심한 우울증을 경험한 당사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별히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울증을 고난으로 묘사하면서 우울증으로 고통당하는 자들을 긍휼히 여기며 이해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관점은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의 방향에 중요한 함축성을 제공한다.
이는 무엇보다 기독교인들 안에 우울증에 대한 정죄와 죄책감과 같은 무지와 오해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을 위한 우울증 워크북을 저작한 존 록클리(John Rockleay)는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오해로 인한 부작용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우울증은 그 자체로도 매우 힘들지만 기독교인이 우울증에 걸린 경우는 더욱 힘들다. 더군다나 우울증에 걸린 기독교인이 우울증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찬 교회에 있다면 지옥을 맛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상담을 할 때,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마다의 독특한 고통을 경청하며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담자들은 ‘지옥’, ‘암흑’, ‘심연’, ‘고독’, ‘지옥의 고문’등의 일반적인 단어들을 종종 사용하곤 하지만, 그들의 고통의 이야기는 환경, 자라온 배경, 스트레스와 함께 엮여져 나오는 것이므로 상담자는 이러한 고통과 경험을 경청함으로써 그들만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기독교 상담에서 내담자의 고통을 이해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울증을 겪는 기독교인들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신앙과 연결시켜 해석하여 과도한 죄책감이나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 이해를 강화하고 그 결과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한재희도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을 할 때 상실의 경험이나 자신의 신앙적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로 말미암은 비합리적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을 과도하게 자책하는 모습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의기소침하고 낙담한 모습을 계시록에 언급되는 미지근한 신앙과 같이 여기며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목사이면서 수년 간 우울증을 경험했던 매트 로저스(Matt Rogers)는 자신의 상황을 하나님과의 관계와 연결지어 어떠한 부정적인 생각을 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지금 나는 한 때 내게 평안을 가져다주었던 하나님의 주권의 무섭고도 어두운 또 다른 구석에 서있을 뿐이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이라면, 그 선택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만, 만일 우리가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 창조주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고통일 것이다. 자신의 주권을 과시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가엾은 사람들에게 구원을 나누어주는 그 무섭고도 분노에 찬 아담의 하나님이 싫었다.
우울증을 고난으로 여길 때, 기독교 상담자는 그 고난을 이해하기 위해 증상과 상담접근을 연구하고 각 내담자의 신앙과 우울증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매트는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새로운 하나님을 체험하고 우울증이 회복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내 안에 빛이 비춰지면서 정신이 선명해지고, 안개가 걷혀나가고 은혜롭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두 모습을 드러내는 말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2 성경적인 인지적 접근의 중요성
앞서 언급했듯이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주요 대처방법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믿고, 낙심 가운데서도 하나님 안에서 소망을 가지고 그를 의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접근 방식을 통해 그는 고통 중에서도 하나님 앞의 신실한 목회자로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 스펄전의 우울증에 대한 대처방식을 현대의 상담적인 방법으로 본다면, 왜곡된 사고와 믿음이 아닌 바른 믿음을 갖도록 하는 인지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에 대한 대표적인 상담적인 접근은 인지적 접근으로서 기독교 상담에서도 이러한 인지적 접근을 수용하여 합리적인 신앙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통하여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인지적 접근에 기초하여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의 원리를 제공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하나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도록 도와야 함을 제시한다. 이 긍정적 이미지는 신앙적 사고로서 인간의 고통 가운데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시는 하나님, 고난당하는 인간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돌보시는 하나님 그리고 추상적인 이론의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구체적으로 참여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이것은 스펄전이 우울증의 고통 중에 소망하며 의지했던 긍정적인 하나님의 모습과 일치한다.
하나님의 긍정적 믿음에 대해 하나님 이미지(God-images)의 개념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하나님의 이해에 기초한 성령의 사역이 하나님에 관한 언어로 삶에서 활성화시켜 하나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 이미지가 우리의 곁에 계시고 우리의 형편과 아픔을 아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에 대한 인식을 일깨움으로써 현대사회의 모든 아픔과 위기, 특히 우울증 속에 홀로 외롭게 갇혀있는 인간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통찰을 준다고 주장한다.
스펄전은 하나님 안의 소망과 믿음으로 우울증에 대처했지만, 그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하나님과의 긴밀한 개인적인 교제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그는 목회자 후보생들을 위한 권면 가운데 지속적으로 하나님과의 교제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교제로 불꽃을 계속 유지하십시오. 그 옛날 요한과 마리아처럼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절대로 마음이 차가워지는 법이 없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의 마음을 불타게 만드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인지치료적 접근을 함에 있어서 스펄전의 접근이 시사하는 것은 단순히 합리적인 신앙이나 긍정적인 하나님의 모습을 가르침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개인적인 영적 교제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인지치료적인 개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예를 들면, 스펄전은 우울증에 대한 대응으로 하나님 안의 소망을 언급하면서, 그 소망은 찬양을 가능케 하며 찬송은 우울증을 이기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제시한다.
그는 욥기 35장 10절을 본문으로 설교하면서 그는 “항상 입에 노래를 가득 담으면 마음이 찬양으로 가득하다...두려움과 우울 가운데 찬양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함께 한다는 증거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그 상황에서 노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펄전이 우울증과 신체적인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면서도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제가 바탕이 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3 인간관계와 공동체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대처와 기독교 상담을 연관지을 때 마지막으로 유의할 것은 그가 우울증 예방방안 중의 하나로서 성도들 간의 교제를 중시한 점이다. 먼저 그는 교회 지도자의 고립이 우울증의 원인이 됨을 지적하였다.
교회에서 우리의 위치로 인하여 침체가 오기도 합니다. … 교회에서 주님이 지도자의 위치로 높이신 사람은 높은 위치에 있는 만큼 외로운 사람이 됩니다. … 동료들보다 더 높이 올라서 하늘의 것들과 더 가까이에서 교제를 나누는 하나님의 사람들은 연약한 순간이 올 때에 사람들의 동정이 없어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여러 형제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침체의 원인이 됨을 지적한다. 스펄전의 인간관계에 대한 강조는 현대 기독교 상담이 공동체와 관계를 중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
예들 들면, 교회모임에 참여하여 인간관계를 확대하고 사회적 지지를 경험하도록 추구하는 것이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의 주요한 요소라고 할수있다. 그에 의하면 한국과 같이 소속 단체나 공동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에서는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실망이 우울증을 촉발하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접근에서도 두드러진다.
역기능가정 기독교청소년들의 우울과 공격성향을 분석하며 기독교 상담을 위한 제안이다. 특히 또래상담(peer counseling)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청소년 문제에 있어 또래 상담의 활성화는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과 전문가 집단과의 교량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상담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나 교회에서 또래상담자들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의 경우,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감소하여 상대적으로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짐으로 결과적으로 건강한 학교,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신앙 및 인간관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펄전과 기독교 상담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인간관계와 신앙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상담은 공동체의 중요성의 인식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우울증으로 고통당하는 형제, 자매 또는 그 가족을 실제적으로 도울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거의 모든 교회들이 전문적인 기독교 상담을 제공하기는 어려우므로 현실적으로 신앙공동체가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여기서 현대 기독교 상담이 형제·자매의 관계에서나 교회 공동체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스펄전이 지적한 인간관계와 신앙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에만 머물러있는 답보상태는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과 제안
칼빈주의 설교가 스펄전은 그의 사역기간의 대부분을 중증 우울증과 또 다른 극심한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저작들과 헌신적인 사역을 통해 남긴 신앙의 유산은 실로 방대하다. 무엇보다도 기독교 상담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하고 기독교 역사에 가장 많은 저작을 남긴 설교가로 남을 수 있는지는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그가 우울증에 대하여 영성을 강조한 목회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담적 관점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의 우울증에 대한 대응은 기독교 상담의 관점에서의 다양한 우울증 원인의 고찰, 성경적 인지치료적 접근 그리고 공동체의 중요성에 관한 함축성을 제시한다.
우울증에 대한 그의 접근은 두 가지의 과제를 던져준다. 첫째는 기독교 상담이 더 하나님과의 관계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교회 공동체에서 우울증을 겪는 교우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에 대한 여러 가지의 구체적인 방법들 중, 교회 안의 지지그룹이나 스데반사역과 같은 평신도 돌봄사역과 같은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방법들을 형식적으로 프로그램화하기보다는 교회의 역량과 사역방향과 맞게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성경적인 내용들을 충실히 나누는 나눔과 돌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Pastor Dr HANS 박재영
Pastor Dr Jordan PK HANS
칼빈주의 설교가이며 영국 침례교 목사인 찰스 스펄전의 우울증을 살펴보면서 그의 대처 방식과 기독교 상담을 연구한 글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정신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 중 흔히 ‘정신 질환의 감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우울증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이자 인간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정서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우울증의 문제는 기독교인 에게도 예외 없이 다가온다. 실제로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기독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성경인물들이 우울증상과 연관된 기술을 찾을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서 엘리야(왕상 19:1-18)와 욥(욥기 6:2-3, 6:14, 7:11)의 경험, 시편에 나타난 복합적인 감정들(42:1-3, 42:9, 88:1-18)을 들 수 있다.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예는 성경뿐만 아니라 교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와 칼빈주의 설교가인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이 그 대표적인 인물로서 특히 스펄전은 헌신적인 목회와 수많은 저작을 통해 지금까지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설교와 저작들을 통해 자신의 우울증에 관련된 경험과 대처방법들을 기술함으로써 목회자들을 포함한 많은 기독교인들을 영적으로 감화시키고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개혁주의 설교가로 잘 알려진 스펄전의 우울증 경험과 극복과정을 고찰해봄으로써 이것이 기독교 상담에 지니는 함축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스펄전의 우울증과 그 증상들에 대해서 기술한 후, 우울증의 고통에 대한 그의 이해와 대처방식을 고찰한다. 이어 그의 대처방식들이 기독교적 세계관과 성경적 관점에서 상담해야 하는 기독교 상담에 어떠한 방향과 방법에 관한 함축성을 논한다. 마지막으로 이 내용은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이 보다 신학적이고 성경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스펄전의 우울증과 고난들
스펄전은 위대한 사역을 감당하였지만 다양한 고난을 겪은 사역자였다. 스펄전의 다양한 고난은 그의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의 우울증의 이해와 대처에도 영향을 주었기에 간단히 스펄전의 사역과 고난들을 기술하고자 한다.
칼빈주의 설교가로서의 스펄전
‘설교의 황태자 (The Prince of Preachers)’로 불리는 스펄전은 1834년 6월 19일 영국의 에섹스(Essex)에서 최후의 청교도 후예로 출생하였다. 그는 가난한 환경 가운데서도 목사가 되기 위해 캠브리지 학교에 입학하였고, 16살의 나이에 목사가 되어 워터비치 침례교회(Waterbeach Baptist Church)의 목회자로서 사역을 시작하였다. 이곳에서의 사역과 19세에 시작한 뉴 파크 스트리트 침례교회(The New Park Street Chapel)의 사역에서 그는 놀라운 사역의 열매를 거두었다.
그는 성경 중심·하나님 중심의 목회를 지향했으며, 그 목회사역의 바탕을 이루는 신학은 칼빈주의였다.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인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삶과 사역의 목적으로 삼았던 그는 자신의 저서『목회론』에서 다음과 같이 칼빈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제게 칼빈주의란 바로 만물의 머리에다 영원하신 하나님을 놓은 것입니다. 모든 만물을 하나님의 영광과 관련지어서 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맨 먼저 바라보며, 그 다음 저 한참 밑에서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회중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칼빈주의자임을 자랑스럽게 밝혔던 그는 설교를 통해 칼빈주의에서 강조하는 ‘하나님의 선택’이나 ‘주권’에 대해서 가르쳤다. 그는 종종 독창적인 예화들을 인용하며 칼빈주의를 전하고자 노력했는데, 예를 들어 하나님의 주권에 관한 설교에서 하나님의 주권의 방식과 그에 부응하는 신자의 모습에 대해 ‘새와 빵 부스러기를 주는 주인’의 모습을 통해 쉽게 설명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스펄전의 이러한 신학적인 입장은 그의 사역뿐만 아니라 삶 가운데도 드러나는데, 특히 우울증과 같은 고난을 이해하는 방식과 이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고 주권을 인정하는 칼빈주의적 자세를 발견할 수 있다.
스펄전이 경험한 고난
스펄전은 우울증 외에도 다양한 고난을 경험했으며, 그것은 곧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가 겪은 고난은 주로 목회, 가족 그리고 신체적인 질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목회와 저작을 통하여 열정적인 사역을 했으나 그의 설교와 성경중심의 신학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던 목회자들이 존재했으며 영국의 유력한 신문들에 의해 비판을 당하기도 하였다.
특히 스펄전이 자신이 발행하던 월간지 ‘The Sword and Trowel’를 통해 목회자들의 비성경적인 신학을 지적한 것에 대해 다른 목회자들이 그의 자격과 신학적 입장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에 이 사건은 그가 속한 ‘침례교연맹(Baptist Union)’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는데, 이 사건은 스펄전의 사역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외에도 그에게는 아내 수잔나(Susannah)의 질병을 통한 어려움이 있었다. 스펄전은 서레이가든에서 있었던 참사가 일어나던 해에 수잔나와 결혼했다. 그녀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던 그녀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스펄전의 사역기간 중 무려 27년 동안 예배에 거의 참석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병약한 아내의 몸은 스펄전에게 큰 부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통풍, 관절염, 신장염과 같은 자기 자신의 신체적 질병들이었다. 그는 35세에 처음으로 통풍을 경험한 후,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메트로폴리탄 태버내클 교회(Metropolitan Tabernacle)에서의 22년 사역기간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설교를 할 수가 없었다. 극심한 신체적 질병은 사역의 후반기에 노약한 그를 더욱 지치게 했고, 결국 프랑스 멘톤(Menton)에서 57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스펄전의 우울증
19세기 영국의 부흥운동의 시작에 기여한 위대한 설교가이자 열정적인 사역자였던 스펄전은 사역기간의 대부분을 심각한 병리적 우울증으로 보냈다. 그는 1년에 두세 달씩 강단을 비워야 할 정도로 중증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866년 스펄전은 설교 도중 회중을 향해 “저는 아주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 어느 누구도 이런 극도의 비참한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며 우울증으로 인한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서 서레이가든 음악당 (Surrey Garden Music Hall)의 비극을 언급하였다. 1856년 10월 19일 새로 건축된 서레이가든 음악당을 빌린 예배장소에서 일어난 비극은 그로 하여금 우울증을 경험하게 했고 우울증의 증상은 지속되었다. 새 예배당에 약관 22세의 비국교도 목사인 스펄전의 설교를 듣기 위해 약 1만 2천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불이야!”라고 외치는 함성이 터져나오고 급속도로 혼란에 빠진 군중이 몰려나가다가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불길은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계획적으로 방해하는 무리들에 의해서 첫 번째 집회는 실패하게 되었다.
스펄전은 이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일생에 가장 큰 충격과 좌절을 당했다. 밤낮으로 깊은 슬픔에 잠겼으며 한동안 악몽을 경험하였다.
이 사건 이후 평생 동안 우울증의 고통 속에 살았던 그는 건강상의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스펄전의 서레이 음악당의 사건에 대한 감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저는 서레이 음악당(Surrey Music Hall)의 그 처참한 사건 이후 극심한 어둠의 공포를 겪었습니다. 그러한 일이 목회자에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는 당시 엄청난 압박을 받았고, 그 처참한 불행의 무게 때문에 한없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사건이 있은 지 2년 후인 1858년, 당시 24세였던 그는 “나의 정신이 심각하게 침몰하여서 어린아이와 같이 수 시간을 울었지만 무엇을 위해서 우는지를 몰랐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스펄전은 자신이 겪고 있는 우울증의 고통을 묘사할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형체가 없는 것과 씨름하는 모습을 사용하곤 했다.
이유도 모르는 채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그것을 떨쳐버리기가 더욱 힘이 듭니다. 원인을 모르는 침체는 이성적인 생각을 통해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다윗의 수금의 아름다운 선율로도 없앨 수가 없습니다. 마치 자욱한 안개와 같이 형체도 없고 도저히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현상과 싸우지만 온통 가득한 소망이 없는 상태를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원인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상태와 싸운다는 것이 불합리하게 보이고 심지어 죄악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생기면 도저히 자신을 동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심령의 가장 깊은 곳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우울해있는 상태를 보고 웃어넘기던 사람도, 한 시간만 그 괴로움을 직접 느껴본다면, 그 웃음이 곧바로 연민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울증이 깊은 고독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스펄전은 우울증의 고통이 대단히 사적이고 비밀스러워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통은 마치 벌어진 상처와 같이 실제적이며 오히려 참기가 더 힘든 것인데, 이것은 영혼 깊숙이 전해오는 고통이므로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상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
스펄전은 그가 경험하는 우울증의 잠재적 파괴성에 대해서는 우울증은 영혼의 힘을 한 방울씩 소진시켜 사람을 낙심케 만들고 결국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적하였다. 특히 우울증의 어두운 면과 고통에 대해서 말할 때는 우울증과 투쟁했던 루터의 “고통은 내 도서관의 최고의 책이다 (affliction is the best book in my library)”라는 말을 종종 인용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더 나아가 “그 고통의 책 중의 최고의 페이지는 가장 어둡고 우리의 영혼이 침몰할 때를 기록한 그 페이지인데 그 이름은 우울증이라는 페이지이다”라고 하였다.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대처
1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이해
스펄전은 우울증이 궁극적으로 영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으나 그 외에도 여러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은 심리적인 원인과 신체적인 원인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1.1 개인의 심리적·정서적 연약함
스펄전은 사람마다 각각 지니는 약한 영역을 통하여 독특한 심리적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각 사람의 심리적인 약한 부분이 걱정이나 불안 또는 우울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주변의 훌륭한 기독교인들도 우울증의 고통을 겪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약한 부분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약함을 긍휼히 여겨야한다고 생각했다. 스펄전의 우울증에 관한 기술들은 그의 저서『목회자 후보생들에게』의 ‘제 11장 목사의 침체 상태’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연약함에 기인한 슬픔과 침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아무리 탁월하게 쓰임받는 목사들이더라도 대부분이 -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 모든 것이 망가져버리는 무서운 침체의 시기를 경험한다는 사실은 구태여 그들의 전기에 나타나는 사실들을 언급하면서까지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루터의 생애만 보아도 그런 경우가 수없이 나타납니다 … 그는 환희의 칠층 천까지 올라가 있는 때도 많았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질 때도 많았습니다 … 무엇보다도 그들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므로, 연약함이 있고, 슬픔을 당하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1.2 신체적 연약함이나 질병의 영향
스펄전은 현대의 의학적 접근과 유사하게 육체, 마음 그리고 영의 연관성을 인식하고 육체적인 질병과 우울증을 연계시켰다.
우리 대부분은 육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합니다. … 우리 대부분은 육체적으로나 전인적으로 이런저런 형태의 연약함을 지고 살아갑니다. 특별히 소화기관이나 신장, 비장 등이 약할 때는 곧바로 무기력증(despondency)에 빠져버립니다 ….
약 200권의 저작과 수천 번의 설교를 감당한 스펄전은 그의 주된 생활 습관이 설교준비와 학습 그리고 기도로 이루어져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경험에 기초하여 목사들과 같이 오래 앉아있는 습관도 탈진이나 우울증의 원인임을 지적한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서 책에 몰두하거나, 펜으로 쓰는 일에 몰두하게 되면, 그 자체가 본성에 짐을 지우는 것이 됩니다. 게다가 환기가 잘되지 않은 방안에 있게 되면, 몸이 오랜 시간 근육의 움직임이 없이 있게 되고 마음도 신경을 집중시키게 되니, 무기력증이 생겨나도록 만드는 모든 요인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1.3 인간관계로 인한 아픔
스펄전에게 있어서 인간관계로 인한 아픔도 우울증의 주요한 원인을 제공한다. 스펄전은 우을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목회자들 간의 교제가 중요함을 강조하지만 목회자에게 있어 우울증의 원인으로서 교인들에게서 받은 아픔에 대해서 말한다. 스펄전은 목회자로서 그가 가르치고 양육하는 교인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길 소망하였고 그래서 설교와 목양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교인들 중에는 오랜 세월 동안 전혀 성장하지 않은 신자가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대적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이와 연관하여 스펄전은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다른 신자들의 배신에 의한 상처를 지적하고 있다.
한 번의 결정적인 타격으로 인하여 목사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장 믿고 의지하던 형제가 배반자가 됩니다. … 또한 존경하고 사랑하던 교인이 시험에 빠져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힐 때에도 똑같이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보다 더 참담한 일은 없습니다. 이런 일을 당하면 목사는 아무도 없는 어떤 광야로 들어가서 영원토록 그곳에 숨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1.4 하나님의 계획으로서의 우울증
스펄전은 우울증이 개인의 죄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이루어지는 믿음의 시험의 통로일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만일 우울증이 죄 때문이라면 죄를 회개하고 변화된 삶을 살아야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지하고 신뢰해야함을 강조했다.
스펄전은 자기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과정 속에서 우울증이 폭풍처럼 그의 영혼에 몰아칠 때는 하나님이 세우신 계획안에서 오는 놀라운 축복의 징조임을 오랜 고통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주님께서 나의 사역에 놀라운 축복을 준비하실 때마다 먼저 우울증이 다가왔다. 우울증은 나에게 있어 거친 옷을 입은 예언자와 같다.” 우울증과 같은 고통을 허락한 하나님의 구체적인 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가 믿는 칼빈주의의 원리인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그의 우울증의 고통을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대처
2.1 정죄가 아닌 긍휼의 대상으로서 우울증
우울증의 증상들을 경직되고 왜곡된 시각으로 보면 책임감의 부재, 불성실, 게으름 등으로 보여지고 이를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펄전은 우울증의 증상은 개인의 잘못이나 상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실제적 고통이므로 신자들은 결코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고통은 마치 벌어진 상처와 같이 실제적이며 오히려 참기가 더 힘든 것인데, 이것은 영혼 깊숙이 전해오는 고통이기 때문에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상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자신이 아는 훌륭한 신앙인들이 겪은 우울증의 고통을 기술하면서, 우울증이란 신앙의 부족함 또는 개인적인 문제로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고통임을 적고 있다.
하나님의 최고의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종종 어두움 가운데 걷거나 일곱 겹의 암흑으로 둘러싸여 있기도 한다. … 대형교회의 목사로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지극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판단으로도 하나님의 최고의 선택이라 할만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천국은 어두움에 있고 그들은 하나님의 날개 아래 거할 것을 신뢰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의 빛을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영원한 빛을 향한 여정 가운데 있지만 현재는 어두움 가운데 걷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향한 격려와 이해의 필요성은 그의 저술뿐만 아니라 실제 설교에서도 종종 나타났다. 그는 욥에 대한 설교를 하면서 같은 권면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슬픔에 잠긴 이들을 대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우울해하는 경향이 있고 어떤 이들은 불행을 통과하면서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 욥의 사건을 본받아 우리는 그들을 위로해야 합니다.”
저작뿐만 아니라 예배 중에 신자들에게 하는 직접적인 설교를 통해 우울증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그의 우울증에 대한 관심과 우울 문제에 대한 긍휼한 자세를 보여준다.
2.2 하나님이 들으시고 함께하심
기독교인에게 우울증이 더 고통스러운 이유 중의 하나는 하나님이 자신의 고통과 상관없이 멀리 존재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겪고 있던 그는 이러한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치료가 얼마나 오래 걸리든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기억할 것을 권면하였다. “고난을 받은 자의 두려운 눈에는 주님이 그냥 지켜보고 가만히 있으며 우리의 고난을 긍휼히 여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난 가운데 주님은 분명한 도움이 되시는 분이다. 하나님의 임재는 그의 백성들의 즐거움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하나님이 가까이 계심을 기억하자.”
하나님이 고난 가운데 함께 하심의 구체적인 예로, 스펄전은 ‘들으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언급한다. 즉,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을 들으시는 분이며, 자녀들의 그 고통이 바로 긍휼하신 하나님이 들으시는 이유라고 말한다. “우리의 고통은 긍휼하시고 은혜가 넘치는 하나님이 우리를 들으시는 설득력있는 이유이다. 자녀들의 비참함은 하나님의 긍휼을 이끄는 최고의 논리이다.”
2.3 하나님 안의 소망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절망과 낙심이다. 낙망 가운데 있는 자가 이를 극복하고 소망을 갖기는 쉽지 않다. 우울증이 최악의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이유도 어두운 절망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스펄전은 기독교인들이 마음을 잃지 않도록 권면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나의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말하지 말자. 어느 누구도 ‘나는 사망의 계곡에 있어. 결코 다시는 기쁨을 맛보지 못한다’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소망이 있고 우리의 낙심한 영혼을 소생케 할 생명수가 있기 때문이다. … 하나님의 약속과 섭리는 우리의 믿음의 불확실성이나 상황의 어려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그는 시편에 자주 등장하는 낙담과 우울의 감정에 대해 주석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신자들이 어두움 가운데서도 살 소망을 가져야 함을 주장한다. 특히 그는 천국의 소망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우울증에 대한 더 나은 해결책은 무엇인가? 선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생명을 사랑하도록 금지된 것이 아니다. 천국의 선한 소망을 가진 사람은 그의 가족과, 교회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곳에 더 선한 일을 계속 할 의무가 있다.
스펄전은 목회자들이 다양한 어려움과 사역의 압박감 때문에 낙심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혼의 괴로움으로 낙심하지 말고 소망 가운데 주님을 의지해야함을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의 지혜가 가르쳐주는 교훈은 바로 영혼의 괴로움으로 인하여 낙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상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일상적인 목회체험의 일부로 받아들이십시오. 침체의 힘이 일상적인 것보다 더 심하다 할지라도, 여러분의 봉사가 끝나버렸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원수의 발길이 여러분의 목을 공격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여러분이 다시 일어나 그를 무너뜨릴 것을 기대하십시오. 현재의 짐은 물론, 과거의 죄악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다 주님께 맡기십시오. 그는 성도들을 버리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사십시오 …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고, 인간의 도움을 의지하지 마십시오.
2.4 성숙과 성화의 과정으로서의 우울증
스펄전은 우울증이 치유가 잘 되지 않은 질환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치유가 지연되는 우울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많은 영혼들이 하나님의 은혜의 빛으로 기쁨을 맛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슬픔에 대한 약속의 실현이 더디기도 하다. 모든 영혼들이 노력을 하지만 빛을 발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주님이 그 기쁘신 뜻대로 확신과 위로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비록 우리가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목적대로 지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지연된 회복에 대해 스퍼전은 우울증의 긴 고난의 여정은 단순히 견뎌야 하는 수동적인 고통의 과정이라기보다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며 그를 닮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적극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천국의 원칙으로서 천국의 모든 시민은 그의 머리와 같이 되는 것이다. … 우리는 그의 겸손에서 머리와 같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영광에 참여하면서 그와 같이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많은 고난을 통과한 것을 알고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의 참여와 성숙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통해 스펄전은 성도들에게 있어 고통이란 마치 나무가 겨울을 필요로 하듯이 미래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양분을 모으는 것이라고 여겼다.
2.5 우울증과 쉼의 중요성
신실한 기독인들 중에는 우울증이나 우울한 감정으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죄책감과 의무감으로 인해 맡겨진 사역을 계속 감당하다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세인트루이스(Saint Louis)의 대형교회를 담임하며 지역사회에서 명망이 높았던 티모시 브루어(Timothy Brewer)목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교통사고 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결국에는 자살을 택하여 교회 안팎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반면 스펄전은 목회와 저작 등의 많은 사역적인 부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장기간의 휴식을 취했다. 이러한 휴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극심한 신체적 질병과 정신질환의 도전 가운데서도 사역을 훌륭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는 우울증을 과로와 관련지으며 휴식의 필요성을 목회후보생들에게 아래와 같이 당부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고 중에도 그런 괴로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활을 계속해서 당겨놓으면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법입니다. 육체에 잠이 필요하듯이 정신에도 쉼이 필요합니다. … 휴식의 시간은 결코 낭비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선한 힘을 모아주며 결국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됩니다.”
2.6 고난 중에도 섬김
스펄전은 자신의 고통의 경험을 설교와 저작들을 통해 나누고 있다. 그의 솔직한 나눔은 고통에 빠진 신자들을 직. 간접적으로 돕는 효과를 가져왔다. 스펄전의 생애를 저작한 리차드 데이(Richard Day)는 그가 초대형교회에서 설교를 했음에도 수백 명의 지친 영혼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음을 언급한다. 어떤 경우에는 스펄전의 저작에 나온 그의 고통에 관한 내용을 읽고 독자들이 치유의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스펄전은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고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열정이 넘치는 사역자였다. 그는 설교가이자 목회자요 저작가였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외부 강의에도 열심이었다. 책을 출판하여 가난한 목회자들에게 보내고 고아원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전도도 하였다. 그가 상담하고 권면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낙담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이었다.
그의 이러한 삶의 자세는 우울증과 정서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전을 준다. 실로 스펄전은 그의 정서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고 천국을 향하는 삶을 산 것이다. 그는 1891년 새로 건축한 메트로폴리탄 성전에서 ‘전리품을 나누는 다윗의 규례’라는 제목의 마지막 설교를 하고 목회사역을 중단하였다. 그리고 다음 해 1892년 1월 31일 매년 머무는 휴양지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기독교 상담을 위한 함축성
스펄전의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균형잡힌 관점, 그리고 우울증에 대한 그의 합리적이면서 하나님의 중심의 대처는 기독교 상담에 중요한 함축성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스펄전은 기독교 상담이 다양한 우울증의 원인의 고찰, 성경적 인지 치료적 접근, 그리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함을 제시한다. 이 부분에서는 이상의 세 가지의 함축성을 기술하면서 기독교 상담이 성경적 인지적 접근을 넘어 하나님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동시에 구체적인 신앙공동체의 사역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함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우울증의 다양한 원인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기독교적 접근 중에는 개인의 죄가 우울증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영적인 관점에서만 해석을 하려는 극단적인 입장이 있다. 물론 개인의 잘못이나 죄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소는 다양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죄의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경적 상담학자인 에드워드 웰치(Edward Welch)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개인과 다른 사람들의 죄의 문제, 관계적 문제, 불행한 상황, 육체의 연약함, 영적인 원인, 하나님의 주권, 사탄의 역사, 생물학적인 원인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펄전도 우울증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그가 하나님과의 교제와 거룩한 삶을 중시하던 청교도 전통의 목회자였기에 우울증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나 영적인 해석에 치우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적 관점에서 우울증에 관한 균형잡힌 시각에서 설교사역과 저술을 감당했다. 이것은 그가 극심한 우울증을 경험한 당사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별히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울증을 고난으로 묘사하면서 우울증으로 고통당하는 자들을 긍휼히 여기며 이해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관점은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의 방향에 중요한 함축성을 제공한다.
이는 무엇보다 기독교인들 안에 우울증에 대한 정죄와 죄책감과 같은 무지와 오해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을 위한 우울증 워크북을 저작한 존 록클리(John Rockleay)는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오해로 인한 부작용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우울증은 그 자체로도 매우 힘들지만 기독교인이 우울증에 걸린 경우는 더욱 힘들다. 더군다나 우울증에 걸린 기독교인이 우울증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찬 교회에 있다면 지옥을 맛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상담을 할 때,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마다의 독특한 고통을 경청하며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담자들은 ‘지옥’, ‘암흑’, ‘심연’, ‘고독’, ‘지옥의 고문’등의 일반적인 단어들을 종종 사용하곤 하지만, 그들의 고통의 이야기는 환경, 자라온 배경, 스트레스와 함께 엮여져 나오는 것이므로 상담자는 이러한 고통과 경험을 경청함으로써 그들만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기독교 상담에서 내담자의 고통을 이해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울증을 겪는 기독교인들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신앙과 연결시켜 해석하여 과도한 죄책감이나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 이해를 강화하고 그 결과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한재희도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을 할 때 상실의 경험이나 자신의 신앙적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로 말미암은 비합리적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을 과도하게 자책하는 모습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의기소침하고 낙담한 모습을 계시록에 언급되는 미지근한 신앙과 같이 여기며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목사이면서 수년 간 우울증을 경험했던 매트 로저스(Matt Rogers)는 자신의 상황을 하나님과의 관계와 연결지어 어떠한 부정적인 생각을 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지금 나는 한 때 내게 평안을 가져다주었던 하나님의 주권의 무섭고도 어두운 또 다른 구석에 서있을 뿐이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이라면, 그 선택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만, 만일 우리가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 창조주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고통일 것이다. 자신의 주권을 과시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가엾은 사람들에게 구원을 나누어주는 그 무섭고도 분노에 찬 아담의 하나님이 싫었다.
우울증을 고난으로 여길 때, 기독교 상담자는 그 고난을 이해하기 위해 증상과 상담접근을 연구하고 각 내담자의 신앙과 우울증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매트는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새로운 하나님을 체험하고 우울증이 회복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내 안에 빛이 비춰지면서 정신이 선명해지고, 안개가 걷혀나가고 은혜롭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두 모습을 드러내는 말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2 성경적인 인지적 접근의 중요성
앞서 언급했듯이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주요 대처방법은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믿고, 낙심 가운데서도 하나님 안에서 소망을 가지고 그를 의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접근 방식을 통해 그는 고통 중에서도 하나님 앞의 신실한 목회자로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 스펄전의 우울증에 대한 대처방식을 현대의 상담적인 방법으로 본다면, 왜곡된 사고와 믿음이 아닌 바른 믿음을 갖도록 하는 인지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에 대한 대표적인 상담적인 접근은 인지적 접근으로서 기독교 상담에서도 이러한 인지적 접근을 수용하여 합리적인 신앙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통하여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인지적 접근에 기초하여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의 원리를 제공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하나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도록 도와야 함을 제시한다. 이 긍정적 이미지는 신앙적 사고로서 인간의 고통 가운데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시는 하나님, 고난당하는 인간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돌보시는 하나님 그리고 추상적인 이론의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구체적으로 참여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이것은 스펄전이 우울증의 고통 중에 소망하며 의지했던 긍정적인 하나님의 모습과 일치한다.
하나님의 긍정적 믿음에 대해 하나님 이미지(God-images)의 개념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하나님의 이해에 기초한 성령의 사역이 하나님에 관한 언어로 삶에서 활성화시켜 하나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 이미지가 우리의 곁에 계시고 우리의 형편과 아픔을 아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에 대한 인식을 일깨움으로써 현대사회의 모든 아픔과 위기, 특히 우울증 속에 홀로 외롭게 갇혀있는 인간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통찰을 준다고 주장한다.
스펄전은 하나님 안의 소망과 믿음으로 우울증에 대처했지만, 그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하나님과의 긴밀한 개인적인 교제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그는 목회자 후보생들을 위한 권면 가운데 지속적으로 하나님과의 교제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교제로 불꽃을 계속 유지하십시오. 그 옛날 요한과 마리아처럼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절대로 마음이 차가워지는 법이 없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의 마음을 불타게 만드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인지치료적 접근을 함에 있어서 스펄전의 접근이 시사하는 것은 단순히 합리적인 신앙이나 긍정적인 하나님의 모습을 가르침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개인적인 영적 교제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인지치료적인 개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예를 들면, 스펄전은 우울증에 대한 대응으로 하나님 안의 소망을 언급하면서, 그 소망은 찬양을 가능케 하며 찬송은 우울증을 이기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제시한다.
그는 욥기 35장 10절을 본문으로 설교하면서 그는 “항상 입에 노래를 가득 담으면 마음이 찬양으로 가득하다...두려움과 우울 가운데 찬양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함께 한다는 증거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그 상황에서 노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펄전이 우울증과 신체적인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면서도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제가 바탕이 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3 인간관계와 공동체
우울증에 대한 스펄전의 대처와 기독교 상담을 연관지을 때 마지막으로 유의할 것은 그가 우울증 예방방안 중의 하나로서 성도들 간의 교제를 중시한 점이다. 먼저 그는 교회 지도자의 고립이 우울증의 원인이 됨을 지적하였다.
교회에서 우리의 위치로 인하여 침체가 오기도 합니다. … 교회에서 주님이 지도자의 위치로 높이신 사람은 높은 위치에 있는 만큼 외로운 사람이 됩니다. … 동료들보다 더 높이 올라서 하늘의 것들과 더 가까이에서 교제를 나누는 하나님의 사람들은 연약한 순간이 올 때에 사람들의 동정이 없어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여러 형제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침체의 원인이 됨을 지적한다. 스펄전의 인간관계에 대한 강조는 현대 기독교 상담이 공동체와 관계를 중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
예들 들면, 교회모임에 참여하여 인간관계를 확대하고 사회적 지지를 경험하도록 추구하는 것이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 상담의 주요한 요소라고 할수있다. 그에 의하면 한국과 같이 소속 단체나 공동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에서는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실망이 우울증을 촉발하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접근에서도 두드러진다.
역기능가정 기독교청소년들의 우울과 공격성향을 분석하며 기독교 상담을 위한 제안이다. 특히 또래상담(peer counseling)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청소년 문제에 있어 또래 상담의 활성화는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과 전문가 집단과의 교량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상담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나 교회에서 또래상담자들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의 경우,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감소하여 상대적으로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짐으로 결과적으로 건강한 학교,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신앙 및 인간관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펄전과 기독교 상담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인간관계와 신앙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상담은 공동체의 중요성의 인식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우울증으로 고통당하는 형제, 자매 또는 그 가족을 실제적으로 도울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거의 모든 교회들이 전문적인 기독교 상담을 제공하기는 어려우므로 현실적으로 신앙공동체가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여기서 현대 기독교 상담이 형제·자매의 관계에서나 교회 공동체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스펄전이 지적한 인간관계와 신앙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에만 머물러있는 답보상태는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과 제안
칼빈주의 설교가 스펄전은 그의 사역기간의 대부분을 중증 우울증과 또 다른 극심한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저작들과 헌신적인 사역을 통해 남긴 신앙의 유산은 실로 방대하다. 무엇보다도 기독교 상담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하고 기독교 역사에 가장 많은 저작을 남긴 설교가로 남을 수 있는지는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그가 우울증에 대하여 영성을 강조한 목회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담적 관점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의 우울증에 대한 대응은 기독교 상담의 관점에서의 다양한 우울증 원인의 고찰, 성경적 인지치료적 접근 그리고 공동체의 중요성에 관한 함축성을 제시한다.
우울증에 대한 그의 접근은 두 가지의 과제를 던져준다. 첫째는 기독교 상담이 더 하나님과의 관계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교회 공동체에서 우울증을 겪는 교우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에 대한 여러 가지의 구체적인 방법들 중, 교회 안의 지지그룹이나 스데반사역과 같은 평신도 돌봄사역과 같은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방법들을 형식적으로 프로그램화하기보다는 교회의 역량과 사역방향과 맞게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성경적인 내용들을 충실히 나누는 나눔과 돌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Pastor Dr HANS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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