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갤러리 온라인 전시

신축년 바라밀다전

김석영 작가의 말을 타고, 건너 가소 26번째 한로(寒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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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영

Oil on canvas

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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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寒露)가 되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긴팔 옷을 꺼내입니다. 찬이슬이 맺힌다고 하는데 요즘은 절기가 두 단계쯤 늦은 감이 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10월이면 청명한 가을 기후를 즐기곤 하는데 10월 들어서 비오는 날도 많아지고, 어째 피부로 느끼는 계절의 느낌이 예전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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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를 맞아서 가을을 한 가운데로 들어서면서 외부에서 찬 기운이 드는 느낌이 드는 작품을 골랐다. 그러면서 피닉스는 울긋불긋 찬란한 색상으로 의젓하게 서있다. 가을은 금 기운이 가득한 결실의 계절이다. 한 해 동안 싹을 티우고 열심히 자라고 길러내고 영글은 과실과 열매를 수확하는 시기이다. 해도 차면 기울 듯이 이제 찬 바람이 불고, 온 세상에 얼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멈춤과 숙성의 시간을 숨 죽인듯이 보내게 될 것이다. 이제 바라밀다전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앞으로 상강, 입동, 소설, 대설을 되면 지난 동지부터 시작하여 24절기에 걸친 말을 타고, 건너 가소 시리즈도 마무리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동호인들과 작가의 아뜰리에를 방문하기로 한 계획도 무산되고, 그저 온라인으로 무심하게 한 해를 건너가게 되니 아쉽고 안타깝다. 부디 동지가 되기 전에 거리두기가 조절이 되면 한 팀이라도 모아 작가와 함께 마무리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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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 한로(寒露)는 양력 10월 8~9일 무렵이 입기일(入氣日)이며 태양이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올 때이다.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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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한로 15일 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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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高麗史)』 권50 「지(志)」4 역(曆) 선명력(宣明曆) 상(上)2의 한로 관련 기록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괘(卦)는 태(兌) 구삼(九三)이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寒露 九月節 兌九三 鴻鴈來賓 雀入大水化爲蛤 菊有黃華).”라고 하여 중국의 기록과 비슷하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한로는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으므로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한시(漢詩)에 자주 나타난다.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수유열매가 붉은 자줏빛인데 붉은색은 양(陽)색으로 벽사력(辟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서민들은 시식(時食)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하였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한 듯하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자연 현상에 의한 기후의 변화는 매년 농사에 매우 중요했으며 정확해야 했다. 그래서 태양력을 이용한 이른바 24절기가 활용되었다. 음력이 윤달을 두어서 한 달씩 날짜가 밀릴 수 있다는 점에 비해, 24절기는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농민으로서 이것을 아는 것을 “철을 안다”고 했고 “철을 안다”든가 “철이 났다”든가 하는 말은 소년이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렇게 24절기를 많이 사용하였던 우리의 재래 역법은 순수한 음력이 아니라 이른바 태음태양력이다. 한로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상강과 함께 가을 절기에 해당되며, 세시명절이라기보다는 다만 기후의 변화를 읽는 절기로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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